노량 : 죽음의 바다 감상평 (스포X)

 

최민식은 강렬한 불덩어리같은 이순신을 연기했다면, 박해일의 이순신은 냉철한 전략가의 이순신을 연기했습니다.

작품의 재미는 명량이 한산을 압도했죠.  한산은 결말에 대한 빌드업이 너무 지루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노량은 이순신의 죽음을 그려야 하는 3부작의 마무리 작품인데 김윤석은 자신만의 이순신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역사가 스포일러라 주요 사건들에 대해선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겠죠.

다만 영화가 결말을 향해 어떤 빌드업을 했는지에 대해, 그리고 그로 인한 간단한 감상평을 적어볼까 합니다.

 

 

임진왜란이 발생한지 7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망과 함께 조선에서 철수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그동안 조선은 밀리기만 하던 전세를 뒤집고 명의 도움을 받아 왜적을 남해안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전쟁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니 모두들 동상이몽을 꿈꾸기 시작합니다.  

 

누구는 더이상의 피를 흘리지 않고 이대로 전쟁이 끝나기를...

누구는 전쟁 이후의 판세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가져가기를...

누구는 전력을 보존해 무사히 본국으로 귀국하기를...

 

그러나 단 한명.  모든 사람과 다른 판단을 내린 사람이 있습니다.  

일본이 군사들을 보전하여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조선은 또다시 전쟁에 휩싸일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적들을 남김없이 무찌르고 싶다는 소망을 갖습니다.  

 

그로인해 일본의 뇌물과 감언이설에 빠져 명은 이쯤 하자는 의견을 내세우고, 일본은 길을 열어주지 않는 이순신을 없애지 않으면 무사히 돌아갈 수 없다는걸 알게됩니다. 

 

조선의 앞날을 위해 일본 함대를 무찌르려는 이순신. 

무사히 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이순신을 죽여 전쟁을 끝내야 가능하다는것을 알게된 시마즈.

 

누구는 전쟁에 돌입하기 전, 빌드업이 너무 지루하다는 평이 있던데 전 대부분의 내용이 필요했다 생각됩니다.

물론 그 중 조금만 더 속도감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고, 아들 이면의 죽음장면 연출은 굳이 필요했나 싶기도 했어요. 

 

그외에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는데 군복입고 수염길러서 그런지 다들 똑같은 얼굴로 보이네요.  

얼굴 이름 매칭이 안되어 조금 답답한 것 빼곤 전쟁전 스토리는 괜찮았습니다.

 

전쟁신은 약간의 국뽕이 들어가긴 했지만 처절한 모습을 잘 나타낸 것 같아요.

거북선, 화포와 판옥선, 신기전 등의 기술력 우위로 적들을 압도하는 모습은 국뽕이 차오를정도로 통쾌했어요.

해상 전투신, 특히 칼질하는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칼을 크게 휘두르며 베는게 아닌, 칼을 최대한 몸쪽으로 붙여서 톱질하듯 베는부분이요.  

 

하지만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쪽수에 장사없죠.  

시마즈의 과감한 전략에 난전으로 이어지게되고, 점차 밀리는 형국이 됩니다.

여기서 이순신의 국뽕 차오르는 활약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최민식 같은 뜨거움도, 박해일같은 차가움도 없는 담백한 이순신이 전쟁을 이끌게 됩니다. 

 

모두에게 의지가 되는, 희망을 주는, 묵묵히 응원하는 이순신의 모습이 조금 아쉽다는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국뽕에 취해 영웅시 하지도 않았고, 신파에 매몰돼 눈물을 쥐어짜는 연출도 없습니다.

담담히 사실을 그리는 이 영화는 너무 과하지 않아 좋았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