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와이프가 회사 창립기념일로 쉬는바람에 같이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아이들은 개학해서 둘만 오붓하게 다녀왔어요.
3시간 무료주차 등록 후 상영관으로 들어갑니다.
밀수, 오펜하이머, 콘크리트 유토피아 중 고민하다가 이병헌의 연기가 보고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흠......
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 황궁아파트입니다. 이름은 황궁이지만 복도식으로 된 오래된 아파트예요.
주변엔 OO팰리스라는 고오급 아파트도 있었지만 다 무너지고 이 아파트만 제자리에 우뚝 살아남아 있어요.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지만 서울은 완전히 무너졌어요. 한강도 다 말라버렸고 모든게 다 무너졌습니다. 한채의 아파트와 일부 생존자들만 남기고요.
영탁(이병헌)은 불난 아파트의 불을 끄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하던 인물이고, 아파트의 임시 대표가 됩니다.
민성(박서준)은 공무원인데 엄청 고생해 아파트를 구매한 주민이예요.
명화(박보영)은 간호사고 민성의 아내입니다.
금애(김선영)은 아파트 부녀회장이고 아파트를 정상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혜원(박지후)은 영탁 옆집 아파트 주민이였지만 엄마와 싸우고 집을 나갔다가 한참뒤 아파트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도균(김도윤)은 주민자치단을 구성할때 가치관이 다르자 자신의 집으로 틀어박힙니다.
영화에 대한 간략한 줄거리는... 재해로 인해 황궁아파트만 무너지지 않았고, 겨울날 춥고 배고픈 상태에서 주변 살아남은 주민들이 황궁아파트로 몰려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전기도, 가스도 다 끊기고 집에 남아있는 식량만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 지나다니는 헬기 한대 없이 완전히 고립된 절망속에서 유일한 희망이 된 아파트 한채. 그곳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펼쳐지는 내용입니다.
초반에 아파트가 처음 도입된 한국의 모습과 인터뷰 내용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주거지가 사라진 사람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모이게되면서 예상했던 불편한 모습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읍소하며 들어온 외부인이 뻔뻔스럽게 물이나 식량을 축내고, 기존 주민을 흉기로 위협하며 쫓아내는 모습 등도 보이며 원 주민과 외부 주민간의 갈등이 점점 심해집니다.
그걸 바라보는 관객에게 어느쪽이든 감정이입을 하라는 감독의 의도일까요? 시민의식, 도덕 등에 따르면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도와줘야 하는데 곶간에서 인심난다고 한정된 자원에 더이상 보충도 어려운데 남에게 마냥 베풀수만은 없는 딜레마.
영탁을 통해 욕망을 보게되고, 명화를 통해 인간애를 생각하게 됩니다. 금애를 통해 집단이기주의도 보게되고, 민성을 통해 현실에 순응하는 인간도 보게됩니다. 감독이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던, 절망을 이야기 하고 싶던 스토리를 풀어나갔는데 결말에 상관없이 마음속 찝찝함이 남게되는 영화입니다.
각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 좋았어요. 그래서 더 그런 맘이 들었는지도 모르고요.
이 영화를 보러 갈 생각이 있다면 희망을 이야기하는 재난영화가 아니라 추악한 민낯을 들여다보는 재난영화라는걸 염두에 두고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에게 비슷한 환경이 주어지게 된다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꼭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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