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깐매실을 사서 매실청을 담갔을 때 입맛 까다로운 둘째가 매일 매실을 퍼먹던 기억이 있어 올해도 매실을 구매했습니다. 작년엔 깐매실이 있었는데 올해는 깐매실을 찾기 어려워 매실을 사서 직접 담그기로 했어요.
초록색의 탱글탱글, 단단한 청매실이 왔어요. 100원짜리 동전과 비교해보면 알이 꽤 굵다는걸 알 수 있어요.
올해도 매실장아찌를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단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물에 깨끗이 씻고 물기를 잘 말린 뒤 꼭지까지 땄으면 준비완료. 매실의 씨를 빼기위해 준비한 비장의 무기도 있어요.
매실 씨빼는 작두(?)까지 장만해습니다. 매실을 칼날 위에 놓고 누르면 반으로 갈라지며 씨를 쉽게 제거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매실이 반으로 갈라지는게 아닌, 짓물러버립니다. 이때 실패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합니다.
온가족이 달라붙어 칼로 절반을 가르고 씨를 빼는 작업을 했어요. 저 수많은 씨들. 하지만 겨우 절반밖에 못했어요.
나머지 절반은 씨를 빼지 않은 채 그냥 설탕속에 파묻을 수 밖에 없었어요. 설탕과 매실은 1:1 비율입니다.
지금보니 초록매실이 아닌 황매실로 변하는 단계로 보이네요. 3일간 실온에 보관을 했습니다.
3일뒤...
씨를 뺀 매실은 벌써 설탕이 녹아 물이 흥건한 걸 볼 수 있었지만 씨를 제거하지 않은 매실은 쪼글쪼글해 졌지만 녹지않은 설탕이 한가득 있어요.
설탕에 재우고 한달하고 1주일(37일) 지난 시점.
씨를 제거한 매실은 초반과 비교해 껍질 부분이 약간 주름이 졌지만 오른쪽 통매실은 겉면이 많이 쭈글해지고 설탕도 90%정도 녹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설탕과 만나 부드럽게 변하기 보단 쪼글쪼글 압축되면서 씨와 단단히 결합된 느낌이예요. 마치 자두 말린것같은 딱딱함도 느껴집니다.
다시 한달을 더 묵혀두었습니다. 이젠 설탕이 다 녹았어요. 그런데 국물을 보면 약간 투명한게 매실청 느낌은 아니예요.
겉면은 바싹마른 대추, 아니면 말린 곶감과 같아요. 바싹 마른 대추처럼 된건 씨를 제거해도 거의 먹을만한 속살이 없어요. 고생하는것보단 과감하게 버리는게 정신건강에 좋을 듯 합니다.
큰 그릇에 옮겨담으니 2개 가득 나와요.
통통한건 씨 빼기 편하지만 대추같은건 씨랑 딱 붙어있어 칼로 뗄 때 손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통매실이 황매실 되기 직전 담근 매실장아찌 실패작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맛이 있어요. 청매실(딱딱한 매실)로 담근 매실장아찌는 새콤한 맛에 설탕의 달콤함이 더해졌다면 황매실로 담근 매실장아찌는 매실의 맛과 향이 더 좋아요. 꼬들꼬들한 맛이 없는건 좀 아쉽지만요.
왼쪽은 씨를 제거한 황매실로 만든 매실장아찌. 오른쪽은 씨를 제거하지 않고 설탕에 재웠던 매실장아찌입니다.
씨를 제거한 쪽은 매실의 과육이 설탕과 더 잘 결합했는지 국물이 꿀처럼 찐득찐득합니다. 그리고 매실의 향이 더 진해요.
통매실을 설탕에 재운것은 씹는맛이 좀 더 있어요.
매실청 3T(+매실과육)에 얼음 몇개 동동, 물 250ml를 넣어 만든 매실차입니다.
달달, 시원, 상큼한 맛이 좋네요. 여름 다 지난 9월이지만 아직도 더워 시원하게 마시기에 너무 좋아요.
매실을 6월 10일경 구매했는데 너무 늦었나봅니다. 5월말 ~ 6월 중순까진 청매실이라 들었는데...
내년엔 5월말 구매해서 애들에게 맛있는 매실장아찌를 맛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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